[ep02] 찬 바람이 불 때 콧물·기침·가래에 소폐탕(소청룡탕), 브르럭(청폐탕), 윤폐탕(맥문동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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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5 00:00 경방신약본문
동양철학의 근간 중 하나는 세상을 음양(陰陽)의 이치로 파악하는 것이며, 인체에서 음은 물(水), 양은 불(火)로 본다면 물과 불이 서로 제어하면서도
상생, 공생하는 것입니다.
불이 뜨거워지려하는 속성을 물이 제어해서 적절히 식혀주며, 물이 차가워지고 정체되려는 속성을 불이 제어해서 적절히 뎁혀주고, 움직여주기에 역동적 균형입니다.
염증의 염(炎)은 불(火)이 겹쳐진 모양입니다.
즉 물이 제어 못한 불이 심해지면 염증이 생기는 것이며 이것은 뜨겁고 붉고 아픈(발열, 발적, 통증) 염증 증상으로도 이해 가능합니다.
몸 안에서 물은 습(濕), 담(痰)으로 변해갑니다(水 → 濕 → 痰)
물과 불이 서로 제어를 못해서, 물이 정상적 순환을 못하고 정체되니 습(濕, 삼수변. 즉 물이 정체, 많아졌다는 의미를 내포)이 되는데, 물이 제어 못한 과잉의
불이 뒤늦게 습을 말리니 담(痰, 많은 불, 즉 염이 갇힌 상태를 연상)되는 것입니다.
현대의학적으로 염증의 4대 증상은 발열, 발적, 통증, 부종입니다. 혈관이 확장되면서 수분이 조직으로 나와서 부종이 있고, 열감이 있고 붉어지고
아프다는 것이고 열의 지속이나 세균감염으로 환부의 분비물이 끈적해지거나 고름으로 바뀌기도 하는 것인데요. 이 것이 한약의 수습담 의미와 일맥상통함을 느낍니다.
병리학적으로 보면, 과잉의 수분 물 같은 콧물, 가래로 나오다가, 나중에는 오히려 과잉의 불, 즉 염증이 동반되면서 담, 즉 끈적하고 색깔이 진한 콧물,
가래가 되는 흐름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한약적 관점에서 담(痰)은 가래 뿐 아니라 통증도 의미합니다. 어르신들의 담 결린다는 표현에서 의미하듯이 몸 몸이 물에 젖은 거처럼 무겁고 결리는
느낌, 정체되면서 근육, 관절에 무엇인가 꽉 차있는 느낌의 통증입니다.
현대의학적 사고방식으로도 감기초기에는 부교감신경항진 및 histamine 반응 증가로 혈관투과성이 증가하면서 간질액으로 빠져나온 수분이 물 같은
가래, 콧물로 배출되다가, 감기가 점차 진행되면서 염증반응의 발열로 수분이 말라서 끈적한 가래, 콧물, 코막힘으로 바뀝니다.
저번 편에 말씀드렸듯이 과잉 수분 정체로 오한이 있다가 발열, 염증 반응으로 삭신이 무겁고 쑤시는 통증도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방법은 물이 많을 때는 물을 줄여주며, 불이 많을 때는 불을 꺼주고, 끈적하게 말라갈 때는 물을 보충해주는 방법이 됩니다.
이것이 한약적 기침, 가래, 콧물약의 원리이며 현대의학적으로도 비슷합니다.
인체는 영양분 대사과정에서 물이 끝임 없이 생성되는데 땀으로 배출하지 못하면 대소변이나 콧물, 가래, 눈물 등으로 배출하려 합니다.
그래서 찬 바람을 맞으면 콧물이 나오거나 소변이 마렵다고도 하는데요.
쌀쌀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나 에어컨 등의 실내환경으로 땀이 잘 배출되지 못하는 상태를 연상할 수 있습니다.
한약적 원리로는 배출되지 못한 땀(수분)이 많으면, 뱃속까지도 고여서 속이 울렁거리거나 소화가 안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수분을 콧물, 가래로 배출을 돕기 위해 기침을 할 수도 있습니다.
소폐탕(소청룡탕)은 배출 안된 수분이 물 같은 콧물, 가래로 나오는 상태에 사용합니다. 소화불량이나 속이 울렁거릴 수도 있고, 묽은 콧물, 가래를 동반한 기침,
알러지성 비염의 콧물, 재채기, 눈물에 응용하기도 합니다. 마황을 함유하므로 복용 후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잠이 잘 안올 수도 있습니다.
소청룡탕의 마황은 콧속 점막의 혈관 수축으로 울혈 및 코막힘을 개선하는 pseudoephedrine을 연상할 수도 있습니다.
즉 소청룡탕은 chlorpheniramine 같은 항히스타민작용과 pseudoephedrine의 alpha-1 효능작용을 연상 가능합니다.
열생풍(熱生風, 열이 바람을 만든다)이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열을 가하면 공기가 팽창하고 움직이는 게 자연의 이치입니다.
감염이나 염증으로 직접적으로 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열이 발생하면 열을 발산하기 위한 기침을 합니다.
폐열로 인해 뜨겁고 콧물, 가래가 없거나 적고 끈적한(물이 말랐으니) 기침을 하고, 염증성이니 인후통이 동반될 수도 있습니다.
상기도 감염으로 인후통과 짙은 가래로 기침을 하는 상태로 연상 가능합니다.
이런 기침을 폐열해수(肺熱咳嗽, 폐열에 의한 기침)라 표현하며 청폐탕은 이름이 의미하듯이 폐열을 꺼서 폐열해수, 즉 가래가 없거나 적고 끈적하며 뜨거 운
느낌의 기침, 인후통을 동반하기도 하는 기침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땀이 못나가서 묽은 콧물, 가래를 동반하는 기침에 사용하는 소청룡탕은 청폐탕과 반대 성격이 있어서, 소청룡탕의 기침을 폐한해수(肺寒咳嗽)라 표현합니다.
청폐탕은 폐열해수, 즉 콧물, 가래가 없거나 찐득한 기침, 가슴 속이 뜨겁거나 목도 따가울 수 있고, 소청룡탕은 폐한해수, 즉 찬바람 맞고 물 같은 콧물,
가래가 나오고, 뱃속에 물이 많은 느낌으로 소화가 안 되고,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결막염 증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으로 비교 가능합니다.
기도의 점막 및 섬포세포는 기도로 들어오는 공기 중 이물질(먼지 등)을 방어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점막의 술잔세포에서 분비한 점액이 섬포세포를 촉촉하게 적십니다. 기도로 들어온 이물질이 섬모세포의 점액에 달라붙고 그러면 섬모세포가
이물질을 밀어 올려서 가래로 뱉거나 아니면 위장으로 들어가게 해서 위산으로 녹입니다.
이 것이 이물질의 폐 및 혈액으로 유입을 막는 기전이며, 기도의 점액 및 섬모세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탈수, 체온상승, 건조한 외부환경 등으로 점막이 말라서 점액이 지나치게 끈적해지면 섬모세포의 운동능력이 감소하므로 이물질이 부착된 점액, 즉 가래가
섬모세포의 운동으로 이동이 어려우니 기침으로 배출하려 합니다. 그러면 목이 간질간질 해지면서 기침을 합니다.
기침도 가래배출을 위한 섬모운동도 에너지를 쓰는 것입니다. 즉 원래 기운이 약한 사람은 가래배출을 위한 기침으로 더 기운이 빠지니 섬모운동이 더 안 되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이때 마른 점막을 촉촉이 적셔주면서, 끈적한 가래를 분해하고, 기운을 보충해주는 처방이 맥문동탕입니다.
환절기나 건조한 환경에서 목이 간질하고 기침이 나오는 것은 흔하게 경험합니다. 특히 자다가기침하는 경우가 많은데, 건조환경 개선을 위해 가습기 사용을
권장하며, 끈적한 가래를 분해하기 위해 carbocysteine, 점액분비 및 섬모운동활성화를 위해 ambroxol을 복용하기도 합니다.
맥문동탕을 드시면서 가습기 사용 및 carbocysteine, ambroxol 등을 적절히 병용하시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